※너에게(@ToYou4869)님과의 연성교환!
※2p스바루씨지만 사실 2p의 의미나 느낌이 잘 나질 않습니다...
※스바코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옵니다.
※조금 많이 아무말이에요...!
-XX년 7월 28일. 사토 형사님과 다카기 형사님.
아, 너희들 여름방학 숙제 하는 거야? 관찰일기? 영상까지 찍고, 꽤나 철저하게 하네─ 관찰하는 게 뭔데? 나팔꽃이야? 아니면……. 아, 그… 박사님네 이웃집 대학원생? 오키야 스바루씨라고 했지, 아마.
사토 형사님, 지금 뭐하는… 아. 너희들이구나! 지금 뭐─, 아 그래. 그 질문만 두 번째라 미안하게 됐다…….
그나저나 의외네, 왜 하필 그 남자야? 보통 동물이나 식물로 해가지 않아? ……아하하하하! 잠깐, 너희들 정말 그런 이유에서 사람을 관찰하겠다는 거야? 코난군이 뭐라고 하지 않았어? 아, 그래. 코난군은 모른다고?
그 남자라뇨? 너희들 캠코더로 대체 뭘… 미안하다니까. 처음부터 말해주면 좋았을 걸. 그보다 사람에게 대형견 같다느니 하는 말은 좀…….
뭐 어때 다카기군, 그 사람 코난군 앞에선 정말 한 마리의 순한 강아지 같은 게 맞긴 하잖아?
사토 형사님…….
그보다 관찰일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재밌어 보이는데. 응? 아아, 그렇게 보였니? 딱히 그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저기, 가끔 다카기군도 느끼지 않아? 코난군이 없을 때랑 있을 때의 분위기 차이 같은 거.
에에 뭐…. 확실히 코난군이 있을 땐 표정이 확 살아나죠, 오키야씨. 그 전까지는 뭔가 찌를 듯한 분위기라고 할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느낌인데. 코난군만 오고 나서는 정말 꼬리라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봐, 다카기군도 인정했네.
그, 그런 게 아니라…! 응? 부, 부끄러우니까 너희들도 너무 그렇게 빤히 보진 말아줄래……. 큼, 아무튼 그런 부분이 없잖아 있긴 하죠.
맞아, 그 없잖아 있는 부분이 영 꺼림칙하단 말이야……. 꼭 뭔가를 노리고 있는 범인 같은…. 아, 그렇다고 오키야씨가 무슨 범죄의 범인이거나 한 건 아니니까 그런 표정 하지 않아도 돼. 그냥 형사의 감이랄까, 묘한 촉이랄까 하는 거니까! 그보다 왜 계속 찍고 있는 거니? …뭐어?! 지금 이게 방학숙제로 낼 내용 찍는 거였어!?! 말을 했어야지! 앞부분 컷, 컷! 형사가 이런 걸로 일반인을 의심하고 그런단 인상을 주면 안 된단 말이야!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사토 형사니임…….
내가 이런 실수를 해버리다니…. 아무튼 소년 탐정단,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다시 찍어볼까? …대답 잘하네. 좋아, 다 같이 가는 거다?
어, 저도 가는 겁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왜 우리들에게 물어보는 거니? 오키야씨랑은 그다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 맞아. 그 사람도 사건 자주 만나고는 했었지.
어쩌면 그것도 코난군과 함께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하하, 설마.
-XX년 8월 2일. 코지마 겐타.
에에? 나도 찍는 거였어? 다들 알고 있겠지! 나는 1학년 C반의 코지마 겐, 타아…. 알았다니까. 소개 안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되잖아! 쳇, 미츠히코는 투덜이 대장…… 아, 아무것도 말 안했어! 나 입에 지퍼 걸었다, 지─익.
아무튼 그 형은 말이지……. 일단 엄청나게 눈이 작아. 에, 그게 아냐? …아니다랑 다르다랑 똑같지 뭐! 뭐야 미츠히코, 그렇게 태클걸어 댈 거면 네가 나와서 하라고! 뭐? 좋아, 바퀴터치다! …나, 나도 바톤터치라고 말했다고. 이제 네가 나와서 설명해!
-XX년 8월 2일. 요시다 아유미와 츠부라야 미츠히코.
음… 겐타군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니까, 일단 오키야씨는 엄─청 키가 크고! 이─이런 넓이의 네모난 안경을 쓰고 있어. 그리고 아유미처럼 코난군을 무지무지 좋아해!
그, 그런 말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요 아유미쨩…….
하지만 사실인 걸? 아앗, 겐타군! 카메라를 아래로 들면 안 되잖아! 응, 그렇게. 그리고 오키야씨 머리는 예쁜 산호빛이야! 분홍색이랑 주황색을 잘 섞은 것 같은 색이고, 또…….
토토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화학과 학생이에요, 아유미쨩.
응! 왠지 어려워 보이는 책도 술술 읽고, 코난군처럼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기도 해. 그리고, 음… 사실 조금 무서운 것 같아…….
어린애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죠, 오키야씨……. 그런데도 코난군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건 어째서인 걸까요?
코난군이 멋져서가 아닐까? 오키야씨도 코난군에게 구해진 적이 있는 걸 거야! 예를 들어서 엄─청나게 무서운 야쿠자를 코난군이 물리쳐줬다던가! 코난군은 무지 강하잖아?
에… 그럴까요? 애초에 야쿠자와 관련이 있을 것 같지는……. 아, 알았어요 겐타군. 제대로 할 테니까 캠코더 제대로 들어주세요! 흠흠, 어찌됐건 앞선 형사님들의 증언대로 뭔가 무서운 분위기의 사람이에요, 오키야씨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람이 코난군과 있을 땐 다른 사람에게도 웃어주고는 하는 겁니다!
응응, 꼭 강아지를 혼내는 주인 같은 코난군이랑 눈이 마주치고 나면 그렇게 변해! 잠깐 시무룩해진 것 같더니 우리보고 카레 먹지 않겠냐고 물어서…! …겐타군, 그 카레가 엄청 맛있었다고 굳이 말하진 않아도 되지 않을까…….
정말이에요…. 그리고 카메라 제대로 들어주세요, 겐타군.
아무튼 아무튼, 요즘 들어 코난군도 자주 오키야씨 앞에서 안겨있는 고양이 같은 모습이 되고는 해! 아, 응. 평범하게 안겨있다고 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안겨있어! 전에 코난군이 다리를 다쳤을 때 오키야씨가 옮겨다 줬던 적이 있나봐. 그때부터 걱정돼서 자꾸 안아서 옮겨주는 버릇이 들었대! 그런 코난군 귀여워─!
아유미쨩, 자꾸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어요……. 크흠! 어찌되었건 중요한 건, 아니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오키야씨는 코난군의 집사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럴까나……. 아─! 어쩌면 백 일 동안 기도해서 코난군 옆으로 오게 된 멍멍이쨩일지도 몰라!
아유미쨩…. 그건 좀…….
그치만 아유미 들었는걸! 오키야씨가 코난군에게 자긴 코난군의 버…번견? 이니까 바라는 건 다 들어준다고 했어. 견은 개라는 거잖아.
그런 말을 들었던 건가요. 음… 그치만 그게 비유적인 말일 수도 있으니까……. 아, 비유라는 건 어떤 걸 다른 비슷한 걸로 예를 들어서 말하는 거예요 겐타군. 아…… 아직 이해가 안가는 건가요….
나 그거 알아. 어른스러운 아이쨩 같은 말이지?
아뇨, 그거랑은 좀 다를 것 같, 하… 좋습니다! 그럼 일단 비유라는 건─……
-XX년 8월 4일. 란 언니(누나)와 때때로 모리 코고로 탐정아저씨.
어라, 너희들 뭐하는 거야? 방학숙제? 오키야 스바루씨 관찰일기라니……. 스바루씨는 오전에 가셨는걸. 에, 알고 온 거 아니었어? 분명 코난군을 데리고 가셔서 너희들 만나는 줄 알고……. 그래, 그래. 아니었나 보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숙제중인 거야? 으응… 왜 본인을 관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고 있단 거니……?
거 애들은 냅두고 란─
아빠는 시끄러워요. 대낮부터 술이나 마시다니 일할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정말. 아무튼 그래서─ 응? 스바루씨가 무서워? 그럴 수도 있구나……. 확실히 가끔 오싹하실 때가 있긴 하니까. 아, 어른에게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잠깐 더 가까이 와볼래? 응 좋아. 그러니까, 조금 귀여우실 때가 있어. 코난군이랑 있을 때 특히 더. 오늘도 무심코 산책하시다 여기 왔다는 거 있지? 그러면서 코난군을 열심히 보시는데… 음…… 뭐라고 할까. 아! 정말로 산책가고 싶어 하는 강아지 같았, 아하하. 역시 사람한테 이런 말 하는 건 실례되겠지? 하지만 코난군을 안아 올려 데려가실 땐 굉장히 기뻐 보이시니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어버리고는 하는 걸.
라안…….
또 왜… 잠깐, 찬장에 넣어둔 센베를 꺼내면……! 아빠, 곧 밥 먹을 거잖아요! 아, 미안해 미안해. 자꾸 흐름이 끊긴다 그렇지? 스바루씨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있는 거? 그러게, 생각보다는 잘 없네……. 가끔 잠든 코난군을 데려와주셔서 말을 몇 마디 나눈 적이 있긴 한데, 그것도 그닥 오래 가진 않거든. 조금 벽이 있는 느낌이랄까. 아,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 뭔가 생각이 비슷하다는 게 재밌어서 웃은 거지 다른 뜻은 없는 걸! 정말이라니까? 너희들도 참…. 잠깐, 얘들아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진짜 이 아저씨를 그냥……!
흠흠, 잘 해결하고 돌아왔어. 그 사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굳이 누군가에게 스바루씨에 대한 걸 묻는다면 역시 아가사 박사님이나 아이쨩이 좋지 않을까? 이웃집에서 살고 있잖아. 어라, 박사님은 잊고 있던 거야? 너희들 정말… 아니아니, 귀여워서 웃은 거야.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
참, 온 김에 간식 먹고 갈래?
-XX년 8월 4일. 아가사 박사님.
오, 너희구나. 그나저나 입에 묻힌 그건 뭐냐? …초코쿠키? 란군에게서 얻어먹고 왔다고? 그런….
그렇게 보셔도 안 돼요. 박사님이 드실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하나 정도. 그보다 뭐야, 그 캠코더는? 흐응─ 뒤로 숨기는 걸 보아 당당하지 못한 일인 것 같은데……. 나중에 알게 될 거란 말 대신 내놓는 게 더 좋지 않으려나. 앗 잠깐, 너희들……!
(큰 소리와 함께 화면 종료)
*
반쯤 재미있다는 듯 말하던 하이바라의 말에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이 도망갔다. 물론 도망간다 하여 캠코더를 숨길 수 있었다면 앞선 영상들이 상영될 일도 없었을 터였지만. 내심 계획해둔 마지막 날엔 하이바라에게 알려 편집을 부탁할 생각이었다고, 그래서 단체 숙제로 제출할 생각이었다며 변명하는 모습은 퍽 애처롭기도 했지만…….
영상 확인을 끝낸 하이바라가 잠시간 침음을 삼켰다. 방학 숙제중 하나인 생물 관찰일기를 이런 식으로 내려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욱이 그 대상이 오키야 스바루라니, 한숨짓지 않은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난 직후나 첫 시작이 경찰 관계자였음을 확인한 순간의 한숨은 봐주길 바란다.
일단 컴퓨터와 연결해둔 캠코더에서 영상을 제거해냈다. 혹여 다른 곳에 저장해둔 게 있으면 지우라고 말했는데, 처음엔 떨떠름하던 얼굴들이 ‘어라, 이거 사생활 침해로 신고당해도 할 말 없을 텐데?’란 소리에 싹 바뀌었으니 믿어봄직 하지 않을까. 아마 내일 다시 찾아 온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아가사 박사가 준비해 둔 초파리 연구키트로 다시금 방학숙제를 해야 할 터였다. 그에 울상 지을 얼굴들이 눈에 선했다.
그래도 이런 것 보단 수백 배는 건실할 방학숙제 아닌가. 유난히 머릿속에 남는 몇몇 문장을 곱씹은 하이바라가 내용이 삭제되고 있는 중이라 뜨는 알림창을 바라봤다.
하이바라 아이는 에도가와 코난과 쿠도 신이치의 연관성을 알고 있으며, 그가 쫓는 조직에 몸담았던 전적이 있다. 더욱이 도망자란 꼬리표까지 달고 있는 채다. 그리고 기껏 있는 파트너는 제게 위험함을 알리지 않으려 괜찮은 척 하는 사람이었고. …자주 얽히는 그 오키야 스바루란 남자는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오싹함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그 사람은 괜찮다고.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같은 거려나.”
그 남자가 쿠도 저택에 세 들어 살기 시작한지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허나 그새 알 수 있던 건 제 반토막이나 올까 하는 자그마한 아이에게 지극정성이란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소중히 대하는 제 주인만 눈치 채지 못하는 경애의 태도를 담뿍 담아서. 오키야 스바루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인들 전부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각하고 나니 조금 괘씸하다 싶은 면도 있었다. 때로는 자신에게서마저 에도가와 코난을 지켜내려는 듯 보이는 행동들이나, 무관심과 냉막함을 숨길 줄 모르다가도 제 주인의 말 몇 마디에 자신은 언제나 상냥하던 사람이었다는 듯 태도를 바꾸는 그 모습 같은 게. 당연히 제 옆에 에도가와 코난이 있어야, 그리고 자신이 그의 옆에 있어야 완성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처럼.
이미 삭제된 영상 속에서 그러했듯이 그 남자는 ‘코난에게 만큼은’ 이란 예외를 심어주고 있는 사람이었다. 에도가와 코난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그 남자를 믿고 있었고. 하이바라가 아직 잠을 필요로 하는 어린 몸을 의자에 파묻었다. 미리 내려둔 커피는 미적지근하게 식어있었다. 그 온도가 입술에 닿으며 제 안으로 퍼지기라도 했던 듯, 차올랐던 감정의 온도가 식어갔다. 불쾌함이든 미심적음이든 한 풀 꺾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브레이크이지 않은가 하는 감상도 든다.
일단 아직은 충견이므로. 무모함만으로 사람 애간장을 타게 만드는 코난을 제 옆에 묶어둬서라도 말릴 만한, 더 나아가면 그보다 먼저 노리던 것의 목덜미를 물어다 바칠 정도로 충직해보이니까.
물론 ‘아직은’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느낌이긴 하지만. 잠시 미간을 꾹 짚은 하이바라가 컴퓨터를 종료시켰다.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은 늘 이런 식으로 튀기에 달갑지 않았건만. 빈 컵을 싱크대에 올려놓고 물을 받으며 걱정을 정리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이바라는 에도가와 코난과 그의 선택을 꽤나 깊게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
“그 녀석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덧붙이자면 숙제는 당신만 빼고 할 생각이었다던 것 같은데.」
“내가 진짜…….”
「뭐 아이들의 눈이 가장 정확하다는 거 아니겠어? 일단 위험하니까 삭제해뒀지만, 알아두는 건 좋을 것 같아서.」
“그래, 고맙다.”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말이니 주의해서 듣길 바래.」
아니, 사실 흘려들어도 상관없으려나. 특유의 묘한 장난기를 담은 말에 코난이 하? 떫은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일상이 재미없는 남자. 하이바라의 툭 치는 말에 코난이 미안하게 됐다며 소파에 앉았다.
「꽤나 신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조심해. 그 남자는 야생성을 죽이지 못한 사냥개야. ─당신의 파피용 같은 게 아니라.」
“뭐?”
「당신의 죽음에 물속에 제 몸을 날리기만 할 품종은 아니란 소리지. 모르는 것 같아 말이야. 버릇잡기에 실패해서 물리지 않는다면 좋겠네.」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건데. 하이바라? 어-이! 하이바……. 끊었나.”
영 모를 소릴 들었다 싶은 코난이 떨떠름한 얼굴 그대로 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스바루만이 특유의 호기심이 묻어나는 목소릴 낼 뿐이었다.
“옆집의 그녀인가요?”
“다 들었으면서…. 뭐 소년 탐정단이 조금 골치 아픈 장난을 친 것 같은데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얘기였어요.”
잠시 입을 다문 코난이 자신을 멀뚱히 바라봐오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순하고 잘생긴, 위험할 것 없는 사람일 뿐인데.
“하이바라 앞에서 또 연기 실수한 적 있어요?”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혹시 저를 조심하라고 하던가요?”
“그렇죠 뭐. 상냥한 연기 좀 몸에 익혀 두라고 말 했었는데.”
습기가 어린 컵을 들어 뺄대를 입에 물면 당연하다는 듯 컵 아래쪽 물기를 닦아내는 손길이 뒤따른다. 그래, 이런 사소한 걸 내보이기만 해도 하이바라의 경계심이 한풀 꺾일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리 말하지 않는 건… 일단 이 배려가 제게만 행해지고 있단 눈치 정돈 있어서였다. 제 딴엔 공범자이자 비등한 두뇌를 갖춘 어린아이에게 보내는 관심 갖는 것이라 결론짓고 있었다. 사실 그 외에는 그다지 신빙성 있는 근거와 주장이 생각나질 않기도 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스바루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젠 익숙해져 있었으나 처음 스바루와 마주했을 때만 해도 움찔거리는 일이 잦았다. 범인을 심문하며 눈을 마주치는 게 일상 이었나보지. 그리 생각한 이후론 움찔거림도 줄어들었지마는. 그 버릇도 고치는 게 좋겠다 말했을 때 드러난 스바루의 표정은 꽤 볼만 했더랬다. 생각지 못한 버릇을 지적당한 사람은 그런 식으로 당혹스럽거나 재밌다 느끼기도 하나보다.
떠올리고 나니 그런 버릇 하나하나가 생각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걸 보아 다른 사람들 앞에선 주의를 기울이고 있구나 싶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인 코난은 컵을 달라는 듯 내밀어진 손에 자연히 쥐고 있던 걸 내놓았다. 내용물을 다 마셨단 걸 먼저 알아채는 건 늘 스바루였다.
“스바루씨의 관심이 조금 더 공평하면 좋겠어요.”
“제가 차별하듯이 느껴졌나요?”
“그냥, 인정하게 된 사람이 그렇게 적은 것뿐인가 싶은 거니까. 흘려들어요.”
“네가 말한 거니까요. 흘려들을 수 있을 리 없죠.”
이렇게나 협조적인 사람인데, 어째서 연기엔 소질이 없는 걸까. 무심코 웃음이 나온 코난은 고개를 저었다. 어설픔에 낯설을 사람이 이리도 노력하는데 거기에 대고 닦달하는 건 잔혹하지 않나 싶어서였다.
일단 오늘은 스바루가 키우고 있는 장미의 성장일기를 위해 온 것이었으므로, 슬슬 본래의 목적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코난이 소파에서 내려갔다. 뒤돌아보면 엉거주춤 서있는 스바루가 당연히 팔을 벌리고 있었다.
“지금은 짐이 있잖아요.”
“이정도야 가뿐해요.”
더욱이 이런 것보다 네가 더……. 뒷말은 듣지 않아도 훤했기에 코난이 그만하란 뜻으로 손을 저었다. 다치고 오는 걸 몇 번 봤더니 걱정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안고 다니는 이유가 됐던 발목 부상이 나은지 한참 되었는데도 버릇을 고칠 생각 않는 것 좀 보라.
“의외로 잔걱정이 많다니까요, 스바루씨는.”
“…에에. 누구 덕분에.”
얌전히 안겨드니 살짝 굳었던 표정이 편히 풀어진다. 때때로 이 어른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은 오키야 스바루란 남자를 조금 덜 관찰했기에 그런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나 귀여운… 아니, 이런 말은 실례되려나. 코난이 생각을 잠시 멈췄다가 정원 쪽으로 손짓했다. 내심 뭘 할지 예상하고 있던 스바루가 묵묵히 걸었다.
묻는 것에 하는 대답은 상세히, 말하지 않는 부분은 집요히 파고들고 준비하여 당신이 편할 수 있도록. 스비루가 코난만을 위해 스스로 정해 둔 규칙대로였다. 물론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규칙의 이유를 당신께선 오해하고 계시는 듯 했지만. 스바루는 낙담하지도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여태껏 그래왔듯 찬찬히 익숙해지도록 만들면 될 일 아닌가.
남자가 소년만을 위해 꾸며둔 소담한 화원이 곧 보일 터였다. 여전히 두 사람에게는 놀랍도록 잔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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