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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흔한 판타지.

※후루야는 왕국소속 비밀경찰 수사관입니다. 원작과 그다지 바뀌질 않았어요. 캐붕은 났지만.

※가볍게 읽어주세요. 그다지 진지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괜찮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1.

세상엔 진실을 보는 푸른 눈이란 게 있다. 수백 년에 한 번 그 눈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고는 하는데, 그 눈을 마주한 사람은 자신의 치부 곳곳이 파헤쳐지는 감각에 차마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더라. 수많은 문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미신 같은 면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 아니다 논란을 일으키고는 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운이 좋다 할 수 있었다. 그 눈을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전설 같은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약간의 돈과 함께 신전에 찾아가 아이의 눈을 마주하기만 하면 됐다. 그때 마주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길, 그 눈을 마주한 순간은 영원토록 기억에서 잊힐 것 같지 않다던가.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곧잘, 사실은 늘상 신전 휘하에서 착취당하는 삶을 살곤 했다. 영롱한 눈이며 인간답지 않은 능력이란 신격화되기 마련이니까. 신전의 옛 우두머리는 똑똑했고, 그것에 저희 신자를 내어주는 대신 눈을 가진 자를 데려와 신이 내린 축복이라 일컬어댔다. 그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네들의 깊고 어두운 지하에 모셔진 성서 한 귀퉁이에나 적혀있을 터다.

앞서 기나긴 설명들은 사실 불필요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후루야 레이에게 중요한 건 진실을 보는 눈이란 게 있으며, 그를 지닌 사람은 살아있는 상태에, 신전에 가면 본인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돈 몇 푼은 들겠지만 유능한 그에겐 점심 한 끼 값이나 될까 싶었다.

그래, 점심 값 정도 되는 돈으로 제 동료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리 큰 타격이 올 리도 없었고.

후루야는 제 앞에 서있는 줄을 가만히 응시했다.

2

방 안엔 사람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차례가 되자 자신을 안내해 준 사람이 방에서 빠져나갔다. 고요했기에 문 닫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아이는 아이라고 부르기 미묘할 정도로는 자라 있었다. 허나 어른 된 입장에서 다 컸다고 정의내리기엔 어정쩡한 구석이 있는 외모였다. 눈을 감은 채 그 위에 쓰나 마나 엇비슷할, 소략하게 얽어 둔 흰 면사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희고 치렁치렁한 옷까지 합하니 당장이라도 식장에 가야 할 듯한 분위기가 났다. 물론 그걸 만든 건 청염한 아이의 외모 탓일지 모른다.

“진실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알고 싶어서 온 것 치곤 절 안 믿고 계시지만?”

어찌 되었던 아이의 인생은 기구하게 흘러왔으련만, 목소리는 그늘 한 점 없이 당당했다. 눈을 날카롭게 뜬 후루야가 신이치를 노려봤다. 면사포 너머로 보이는 눈은 정말로 굳게 닫혀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여태 절 찾아온 사람들이 몇인데. 목소리 톤이나 발걸음 같은 것만 들어도 안 믿고 있다는 게 바로 티나죠.”

“…이런 걸 미리 말하면 사기꾼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나? 진실이 아니라 추론하는 게 아닌가, 하고.”

“놀랍게도 다들 알아서 믿던데요.”

덕분에 홀로 쌓은 추리력은 이럴 때만 먹힌다 말하는 투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했다. 마치 길가다 만난 그 나이 또래 애 같아, 후루야는 불신이 깊어져갔다.

생각해보면 이 아이가 나타나기 전까지 신전 앞으로 몰려든 신자의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머리 좋은 아이 하날 데려와 연극을 시키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허나 이런 식으로 말하며 의혹을 준다는 건 그만큼 믿고 있는 패가 있단 뜻이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가져 온 자료에 있는 걸 알고 싶단 거죠?”

“……그래 맞아.”

“재미없게. 다들 이 상태로 말을 꺼내면 놀란단 말이에요. 진실을 보는 눈은 투시도 가능하냐고.”

“…….”

“알았어요. 기껏 마음에 들어서 대화나 좀 할까 했더니.”

여전히 장난기를 담은 목소리로 말하던 아이가 눈을 떴다. 잠시 깜빡이던 눈이 제게 바로 꽂혀왔다.

생을 담고 빛을 반짝이는 푸른 눈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고 값져 보였다. 동시에 벼락처럼 내리친 소름을 느꼈다. 살아가며 절대 잊을 수 없는 감각일 터다. 어쩐지 방 안이 들어오는 빛으로 환하다 했더니, 이 순간의 극적임으로 신성함이라도 느끼도록 하려 했나보다.

“눈을 안 피하네요.”

“피해야 했나?”

담담히 말해도 설핏 떨리는 목소리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가 눈을 갸름하게 뜨고 웃는다. 그렇잖아도 아름답던 얼굴에 비현실성이 얹혀 진다. 아마 이 분위기 탓이고, 저 눈 때문이리라.

“피하지 않는 게 좋죠. 형 진짜 마음에 드네요.”

언제 봤다고 형이라 부르는지. 천연덕스러운 아이는 그리 말하곤 손을 내밀 뿐이었다. 아마 몇 사람들은 이때 멋모르고 손등에 키스했을지도 모르겠다. 후루야가 침음을 삼키곤 제 손에 들린 자료를 내밀었다. 아이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더 짙게 미소를 그려낸다.

자료를 천천히 넘기던 아이는 후루야를 한 번, 제 손에 들린 종이들을 한 번 번갈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이마를 긁적이기도 했다. 곤란해 보이는 표정에 신이치의 눈을 믿을 뻔 한 후루야가 마음을 가라앉혔다. 역시 떠들썩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었다.

“대답 못하겠다면 돌아가도록 하지.”

“대답은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대답하고 싶질 않아서요.”

“끝까지 거짓말을.”

“진짜 듣고 싶어서 그래요? 이건 형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고개를 갸웃거린 아이의 얼굴이 가살맞았다. 방 안에 들어찬 분위기 탓일까. 자꾸만 휘말리는 듯한 기분에 후루야의 기분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쳐갔다.

“그건 내가 결정하는 것일 텐데.”

“뭘 모르고 왔나보네. 이 눈으로 보는 진실이라는 건 생각보다 광범위해요. 즉 제가 말하는 건 무시해선 안 된단 거죠.”

자료를 심각하게 보고 있던 아이가 그걸 깔끔하게 정리해 들어있던 서류봉투에 다시 넣었다. 자료를 다시 찾아가려 하는 후루야에게 넘겨줄 듯 내밀었다가, 손이 다가오자마자 그 봉투를 껴안아 버리는 몸짓엔 장난스러움이 섞여있었다. 최악이다. 후루야가 입술 끝을 씰룩이자 아이는 말갛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대신 언제든 와서 뭐든 물어봐요. 말해 줄 수 있는 거면 다 말해 줄 테니까.”

“아니, 내 생각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앞서 말했지만, 제가 하는 말은 무시해선 안 된다니까요.”

화가 난 듯한 후루야에게 들고 있던 것을 내민 아이의 얼굴이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어찌 본다면 지혜로운 자가 무지한 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안타까움과 귀여움이 섞인 듯한 표정이라 볼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왔다가 불쾌함만 느끼고 가게 된 후루야가 짜증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참, 지금 쫓는 사람은 결백해요. 사실 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등 뒤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울린다.

“다음에 물어보러 올 땐 뒷문에서 쿠도 신이치를 만나러 왔다고 전하면 될 거예요.”

끝까지 사람 열 받게 만드는 꼬맹이였다. 젠장맞을. 험한 말을 입 안으로 삼키며 돌아보니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당신은 이미 제 손아귀에 있다는 듯한 투라, 옷차림을 바로하고는 곧장 방에서 나왔다.

“알고 싶던 건 알게 되셨나요?”

문을 나서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사이, 신전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물어오는 얼굴에 악의라곤 보이질 않았으나 후루야에게 그 말이 고깝게 들릴 리 없었다.

“아뇨, 전혀.”

냉정하게 잘라낸 후루야가 당황한 이를 두고 성큼성큼 나아갔다. 아마 다신 이 곳에 들를 일이 없으리라.

3.

“수사관님, 혹시 기분 나쁜 일이 있으셨습니까?”

“…별 일 아니니 일이나 하지.”

필요이상으로 냉정하게 잘라냈단 생각은 들었으나, 후루야로선 별 수 없었다. 신전에 다녀온 이후로 그 건방진 사기꾼의 말이 머릿속에서 도무지 떠나가질 않아서다. 더욱이 그 애송이가 말했던 대로 사건에서 쫓고 있던 이는 무고하다는 게 밝혀졌다. 곳곳에 퍼져있는 반란세력의 수뇌부 중 한 명을 잡는 일이니 늦으면 늦될수록 위에서 말이 나올 터였다.

이미 전 용의자를 찾는데 2개월 정도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 무능하니 하는 게 뭐니 하는 얘길 듣겠군.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은 건 본인들일 텐데 말이야.

신전에 다녀온 지 일주일 째, 맡은 사건으로 철야한 게 삼 일이 되던 날. 후루야는 미간을 꾹 누르며 다신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건물 앞에 서있었다. 결국에는. 그렇게 한숨지으면서도 일주일 전과 비슷한 짐을 가지고, 똑같이 줄을 서서 방에 들어온 후루야는 그 또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를 마주했다.

“맞춰볼까요? 일주일 전에도 왔었죠, 후루야 레이 씨.”

“그때 들어오며 썼던 이름은 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스즈메 씨? 아니다, 스미레 씨였나?”

귀여운 이름이었네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던 아이가 즐겁다는 듯 키득키득 웃어댔다. 역시 이 아이완 맞질 않는다 생각하던 후루야가 눈떠, 강압적으로 말했다.

“여긴 잘잘못을 가리는 곳이 아니에요. 범인 추궁하듯 굴지 말아주시죠?”

여전히 소름끼치는 눈을 몇 번 깜빡인 신이치가 자리에 앉아 손을 내밀었다. 처음엔 저 손등에 경건히 입이라도 맞춰야 할까 싶던 때도 있었건만. 지금은 그저 혹시 모를 답이라도 들은 뒤 자릴 뜨고 싶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정석대로 왔다면서요? 고지식하긴.”

자료를 찬찬히 훑어보던 신이치가 무심하게 말했다. 후루야는 입을 닫았다. 이젠 대화조차 해주질 않는 거냐며 느른하게 눈을 내리깔던 신이치가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펜 줘요. 적어 줄 테니까.”

“말로 하지 그래.”

“이런, 제 말은 듣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나야 좋죠. 그 말과 함께 거둬지려는 신이치의 손에 후루야가 펜을 넘겼다. 제 속을 다 알고 있는 상대를 괜히 다른 가면을 써가며 상대해 봤자다.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후루야를 보곤 눈썹을 슬쩍 들어 올린 신이치가 펜을 받았다. 꽤 앞쪽에 있는 자료에 몇 가지를 적어두고, 차차 뒤로 넘어가며 무언가를 보충해 적어간다. 물렁한 종이를 받칠 판이 없기에 무릎에 대고 쓰는 탓일까. 몸을 앞으로 숙인 신이치에게 가려 글자가 보이질 않는다.

팔 근육과 볼펜 끝의 궤적을 따라 쓰는 글자를 읽을 수 읽을 순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글자 몇 개를 띄엄띄엄 알아챌 뿐이기에 포기한 거였지마는.

“굳이 지금 알려 할 필욘 없잖아요.”

모든 걸 다 안다는 신이치의 말에 후루야는 그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됐다. 자주 가면을 바꿔가며 사람을 대할 때 연기를 하곤 하던 후루야에겐 퍽 생소한 상황이었다. 자신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휘둘리는 것도, 그게 초조하지 않은 것도. 물론 기분이야 더할 나위 없이 불쾌하지만.

“여기요. 다음에 올 땐 선물이라도 사오는 게 어때요? 제가 준 특권대로.”

“어림없는 소릴.”

적힌 종이를 파르륵 펼쳐보며 훑은 후루야가 방 밖을 나갔다. 펜, 안돌려 줬는데. 손가락에 끼고 빙빙 돌리던 신이치가 그를 겉감 안 쪽 주머니에 넣어뒀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의문형인지 중얼거림인지 명확히 떨어지지 않는 말을 소곤거린 신이치가 다음 사람을 불러들였다. 어찌 되었건 후루야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이곳에서 나가게 해줄, 어쩌면 여태 해 온 계획 중 가장 큰 조각으로서.

4.

신이치는 영특하고 특별했다. 그에게 다행스러웠던 점은 제 가치와 능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단 거였다.

아이는 신전 내에서 적당히 똑똑하고 칭찬받길 좋아해 고분고분하다 인식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이치를 낳은 부모가 신이치의 눈에 겁먹어 이곳으로 이끌려왔을 때부터, 그에게 남은 건 신전밖에 없으리라 생각한 탓도 있으리라. 덕분에 신이치는 꽤나 편안하게 제 요구를 늘려갈 수 있었다. 어릴 적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나왔던 대목에 영감을 받은 덕이 컸다.

참고로 그 서적의 이름은 네 사람의 서명이며 상황은 셜록 홈즈가 증기선을 빌려준다는 강가의 집 근처에서 왓슨 박사에게……. 아마 신이치라면 이런 식으로 틈새 영업을 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간에 거기서 배운 건 ‘순박한 사람들’은 아는 척 대신 모르는 척 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다 알려 준단 거였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영특한 머리와 수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눈은 생각의 단계를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보다 무언가 부족한 사람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 옛 성인 중 한 명은 그것이 그저 당연하기에 하는 일일 뿐이며, 부차적인 것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제대로 된 도덕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허나 사람이 어디 도덕으로만 사는가. 더욱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쾌락이 그리도 달콤한데?

아이는 자의적으로도 타의적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말해야 했었다. 그러며 그들의 수많은 정보와 감정과 여태 해 온 법 혹은 양심에 어긋난 짓 등을 알 수 있었다. 처음 한두 번 실수한 것을 빼면 필요한 지식만 알아서 판단해 정리해 둘 수 있는 요령도 생겨 있었다.

이쯤 돼서 아이의 냉철한 이성, 그리고 인간혐오에 걸리지 않은 단단한 정신력을 칭찬해 줘야 했다. 신이치는 정말로 힘들었으므로.

그 때가 돼서야 신이치는 자신과 같은 눈을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이 그리도 일찍 죽어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죽기 전 정신이 온전했을지도 의심된다. 다들 쉬쉬하며 말을 안 할 뿐이지 저 깊숙이 숨겨진 취급서 한 구석엔 늦던 빠르던 인간혐오와 미치광이 증상을 내보일 테니 그때부턴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공표하라 적혀있을 터였다.

상황과 제게 닥친 운명 같은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한 신이치로선 신전에서 감금당한 채 세상을 혐오하며 죽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하여 그때부터 본인이 안전하고 되도록 빠르게 탈출 할 수 있는 구석을 만들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가장 중요한 인물을 정해두기만 하면 됐다.

“사랑이란 건 참 대단하지….”

신이치가 제 상황에 적극적으로 써먹어가는 말의 멘토인 우리의 셜록 홈즈 왈. 연애, 즉 사랑은 감정적이기에 냉철한 이성과는 조화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본인은 평생 결혼 같은 걸 하지 않는다 말했지.

반대로 말하자면 이성적인 생각으론 엄두도 못 낼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랑이라는 것 아닌가.

감정 없는 진실과 감정이 넘치는 사람을 함께 만나며 제 나름의 논리로 판단해 본 결과, 말년에 반쯤 미쳐있는 채 신전에서 도망친 자신을 챙겨줄 수 있는 건 쿠도 신이치를 사랑하는 사람밖에 없단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 할 정도로.

감정의 효과를 믿고 그에 호소해야 할 계획 치고는 냉정하기만 한 판단이었지마는.

그 후 보다 세밀하게 짜둔 계획이 거의 다 완성되었을 쯤, 드디어 적합한 사람이 나타났다. 평소엔 냉철하나 극적인 감정이 남은 사람에겐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어찌 본다면 제 계획에 가장 잘 맞는 후루야 레이란 남자가.

신이치는 여기서 첫 번째 난관을 맞이했다.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에 홀린 사람은 꽤 있었으나 그들은 그렇게나 열렬한 편이 아니었다. 혹 열렬하면 제 인생의 대부분을 신전과 비슷하게 보내게 만들 정도의 비인간적인 이들이 태반이거나. 그리고 그 전까지 자신이 끌렸던 사람일랑은 존재하질 않았다.

말은 즉, 신이치는 본인이 유혹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였다. 분명 호감은 있는데. 그게 진실인데. 남자는 신이치를 사랑하지 않았다. 골 때리는 일이다.

오오, 부디 대답해주소서 셜록 홈즈의 신, 아서 코난 도일이시여. 당신은 사랑은 무의미하단 셜록 홈즈와 일편단심 사랑꾼 왓슨 박사를 함께 창조해낸 사람이 아닙니까. 사랑에 빠진다는 건 대체 뭐지요? 아니,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법은 대체 무엇이지요?!

신전에 머무는 이후부터 기계적으로 갖던 기도시간. 신이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열렬히, 신전 내에서 타교의 신을 부르짖는 신성 모독을 저질러댔다. 물론 신이치와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 또한 없겠지만.

물론 해 낼 자신은 있는데, 나는 나를 믿는데, 내 자신감의 원천은 논리와 이성이란 말이야. 사랑과 애정과 연애와 감정으로 해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어색할 수밖에 없잖아!!

허나 후루야 앞에선 그런 티를 전혀 내보이질 않았다. 교과서 위주의 책만 봤어요, 란 공부법을 지닌 신이치인만큼 연애의 멘토 또한 책이었다. 예습에 철저하던 신이치가 읽었던 <그 사람을 사로잡는 100선> 이란 책에서 연애는 기 싸움이라고 했다. 밀고 당기기도 하랬다. 상대가 튕기면 바라는 대로 당겨주고, 그러다 슬쩍 튕기다보면 자신이 신경 쓰여 어쩔 줄 모를 거란다. 그 때 주의할 점은 당기는 순간 ‘너무 쉽게 상대에게 다 보여주는’ 사람이 되지 말란 거였다.

1차원적으로 알고 있는 진실을 다 말하라는 뜻이 아님은 연애 초짜 신이치라도 알 수 있었다. 거기서 신이치는 제 감정이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능글맞고 여유로운 척을 했다. 일단 감정적 동요는 일으켜댔으니 맞는 선택이라 믿어본다. 아니, 맞는 선택이어야 한다.

“사랑이란 건… 정말 대단하네.”

비록 이성과 논리에 준할 정돈 아니지만. 거기에 드는 온갖 생각과 심적 스트레스가 결코 가볍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랑에 빠져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이런 수고스러움을 전부 뛰어넘고 연애하다 결혼까지 한단 말이야?

밤사이 몰래 읽는 책이라 하면 셜록 홈즈 외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밖에 없던 신이치가 드디어 사랑관련 문학을 읽었다. 하필이면 비극으로 치닫는 사랑으로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꺼내 든 신이치가 심란한 마음을 담아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홈즈의 말이 맞았어. 사랑이란 건 이성과 논리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야…….”

그럼에도 비이성적인 제 계획엔 더없이 잘 맞으리란 건 다시 확인 받은 느낌이 들었다. 꼭 후루야 레이란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말리라. 오늘도 쿠도 신이치는 깊이 다짐했다.

5.

올 때 마다 이런 곳, 이런 상대는 다신 찾지 않겠다 다짐하던 후루야가 신전으로 와 신이치를 만난 횟수도 꽤 되었다. 세 번째엔 펜을 발견한 후루야가 돌려주려는 신이치에게 냉정히 가지라 말했고, 네 번째엔 떠나려는 후루야를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건 달지 않게 만든 레몬파이에 아이스커피라 일러준 신이치가 선물 가져오라고 손을 팔랑였었다.

드디어 다섯 번째. 우연도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데 만남이 다섯 번이니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닐까. 기대하던 신이치는 꼬박꼬박 돈을 써가며 만나러 오는 후루야를 보고 티 안 나게 실망했다.

책에선 당신이 조금 더 특별하단 의미를 띤 만남이 중요한 법이라고 했다. 책에서 그러면 뭐하나, 상대가 그 특별한 의미의 만남에 응해주질 않는데. 신이치는 후루야가 가고 난 뒤 내쉴 한숨을 적립해뒀다. 만난 지 5분 만에 벌써 내쉴 한숨이 두 번 씩이나 되어 있었다.

“어서 와요 형. 오늘도 빈손으로?”

“손에 들려있는 서류는 안 보이나 보지? 그 눈도 다 됐나 봐.”

“또 그런 못된 소릴. 제 말이 무슨 뜻 인진 아마 형이 제일 잘 알 텐데요.”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진전이 있는 편이라 뿌듯하게 말할 법 했다. 그야 찌푸린 인상이 조금 순해졌는걸. 놀랍게도 호감 또한 조금은 올라있었다. 그게 진실이라니 믿긴 하겠는데……. 원래 호감이란 건 이렇게 알기 어려운 거였나? 진짜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는 거지?

자료를 내려다보며 심각해진 신이치의 표정 덕에 후루야 또한 종이뭉치를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후루야가 줬던 펜으로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을 차근차근 적어가던 신이치가 문득 인상을 찡그렸다.

“다음엔 정말 바라는 대로 안 해주면 안 알려줘 버릴까 보다.”

“이쪽은 돈 내고 온 손님인데.”

“그 돈을 제가 받았나요, 신전이 받았지.”

“그걸로 네 옷과 밥과 집이 유지되고 있단 사실을 잊으면 곤란해.”

“형이 신전 사람이에요? 왕국소속이면서 꼭 신전사람처럼 말하고 그래.”

투덜거리듯 말하면서도 여상히 깜빡이는 눈은 여전히 나긋하기만 했다. 바란 적은 없으나 신이치의 그런 면에 익숙해져 있던 후루야가 내심 둘 사이의 거리를 가늠했다.

이런 식으로 만날수록 가까워진 거리에선 신이치가 쓰는 게 어떤 내용인지 훤히 보였다. 애초에 제 거리가 문제였을 뿐, 신이치는 그 어떤 제지도 반항도 하지 않았다. 처음 그 물음을 제한다면 진실에 대해 입 닫은 적도 없었다.

본 성격대로 까칠하고 험한 말씨를 써가도 유들유들하게 받아넘기는 태도 또한 변하질 않는다. 덕분에 슬슬 신이치의 옆이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안 좋은 징조였다.

이런 건방진 꼬맹이를, 거기다 신전에 묶여 착취당하다 죽을 사람을 마음에 품는다? 후루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얼핏 불만이 가득한 말투를 듣는 것 또한 어디 한 구석 귀엽게 느껴질 때가 있기에 후루야로선 상당히 속이 쓰라렸더랬다. 그 탓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려던 후루야는 사건 수사에 대한 정보는 제게만 흘리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 후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대략 세 번째로 만나기 전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내가 마음에 든다더니. 진짜 그런 이유에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건 아니겠지.

믿지 않고 있음에도 그리 생각하자 어딘가 뭉클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반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아니,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부터 위험하긴 하지만.

“? 제 얼굴에 묻었어요?”

“…아니.”

“뭐야. 제가 신경 쓰이는 거예요?”

첫 날부터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눈을 마주치길 겁내지 않은 결과, 얻은 수확이랄 게 하나 있었다. 아이는 가끔 눈 안에 감정을 담아내길 주저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 또한 세 번째 만남쯤에 알게 된 거였다.

늘 나긋하고 여유롭기만 하던 눈동자에 지금처럼, 이따금씩 기쁜 기색이 가득 차면 그게 그렇게 예쁠 수가……. 젠장, 이건 잊어야 한다. 후루야가 눈을 꾹 감은 채 미간을 꾹 눌렀다. 정신적 피곤함에 그러고 나면 신이치는 멀뚱멀뚱 대답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의아한 기색이 없는 걸 보아 자신이 피곤함을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여전히 미간을 누른 채, 후루야는 대답하기보다 용건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평소처럼 서류를 가져가질 않고 그저 손만 내밀었다. 어딘가 기뻐 보이는 기색으로 팔을 뻗은 신이치가 정리한 서류봉투를 건넨다. 그러고 보면 정보를 요구하는 건 후루야였지만, 행동을 요구하는 건 늘상 신이치 몫이었다.

“뭐가 기쁘지?”

“기뻐 보여요? 딱히 기쁜 건 아닌데……. 일단 레이 형이 손을 내밀었으니까?”

굳이 따지면 그렇겠지. 신이치가 아마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보다 이 인간 나 만나러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올 때마다 피곤해한단 말이야. 일이 많은 것도 피곤해 한다는 것도 거짓이 아니었으니 신이치는 부루퉁함을 가슴속 깊이 내리눌렀다. 이로서 그 사이 적립해 둔 한숨이 여섯 번이었다.

“……처음 물었던 사건에 너는 날 위해서 대답해주지 않겠다고 했지.”

“그 얘기도 오랜만이네요. 꼭 알고 싶어서 그래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안 가르쳐주겠죠. 당신을 위해서라는 건 진심이니까.”

친구의 죽음에 사실 본인이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후루야 레이의 한 부분은 무너진다. 그게 지금의 진실이었으므로, 신이치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신이치의 눈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해도 결의에 찬 눈을 마주할 때 등골이 오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후루야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신이치가 나긋이 눈을 내리깔았다.

“언젠가 알아도 되겠다 싶을 땐 제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낼 테니까요.”

“그때까지 계속 찾아오라고?”

“잘 알아들으셨네요.”

엘리트 수사관의 눈으로 보기에 거짓 한 점 섞이지 않은 웃음을 짓는다. 골이 당기긴 하지만 제게도 나쁘기만 한 말은 아니었다. 어쩌면 적어도 그때까진 이 소년의 호의는 계속될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넌 왜 날 위해서,”

“말했잖아요. 마음에 들었다니까? 오늘은 이걸로 끝. 제대로 레몬파이와 아이스커피나 가지고 오시죠.”

중간에 말을 끊은 신이치 탓에 후루야의 표정이 꽤나 살벌해졌다. 괜찮다. 제게 향하는 그의 호감은 꽤 높은 편이다. 진실로 그렇다. 그러므로 저 오싹한 표정은 겉모습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저 거짓 없는 분노 또한 아직은 괜찮을 거다. 물론 이쯤 생각하고 나면 안 괜찮다는 거야 훤한 일이지마는. 신이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후루야가 몸을 틀어 문 밖으로 나갔다.

일단은 넘어갔다, 싶던 신이치는 다음 만남에 레몬파이와 아이스커피를 얻었다.

사람의 호감이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애당초 신이치가 보는 후루야란 처음부터 자신을 물음표 투성이로 만들고 싶어 하던 거짓말쟁이였지만.

6.

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결국 파이 하나와 아이스커피를 준비한 후루야가 신전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별 수 없었다. 커피가 뜨겁든 차갑든 신전 앞에 일렬로 늘어진 줄을 서다 보면 미적지근해져 맛없어 질 테니까.

어느덧 익숙해진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소보다 배는 즐거운 듯한 표정의 신이치가 보였다. 분명 자신이 제 말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들고 왔단 언질을 받은 탓이리라.

이젠 눈을 뜬 채 자신을 맞이한 아이가 손을 뻗어왔다. 손에 들린 걸 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걸어가던 후루야가 멈칫한다.

“직접 와서 가져가지 그래.”

“안돼요. 그냥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다 세팅해 둔 거라서. 일어나서 다시 앉으면 옷 구겨지잖아요.”

신전도 다 이미지 장사로 해먹는 거 아니겠느냔 투가 지나치게 자연스러웠다. 흠, 눈썹을 치켜 올린 후루야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자 잠시간의 대치가 이뤄졌다. 이 어른이 달라니까 왜 가만히 있나, 하던 신이치가 설핏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직접 오란 말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가 보다.

“형이 다시 정리해 줄 거예요?”

“스스로는 옷 정리도 못하나보지?”

“귀한 대접 받으며 앉아있는 사람이라, 옷 정리 해 볼 일이 있어야죠.”

이쯤 돼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것도 질려가던 신이치가 불퉁함을 내보였다. 덕분에 후루야가 신이치에게 짓궂게 구는 걸 그만뒀다. 처음 심장을 떨리게 만든 건 신이치의 비현실적인 면모더니, 지금에 와선 이렇듯 일상적인 평범함이……. 아니, 이건 말실수다. 후루야가 무너지지 않은 포커페이스로 레몬파이와 아이스커피를 건넸다. 그새 컵 위로 물방울이 져 있는 것을 보고는 제 손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했다.

무심코 나오는 그 모습이 편애인지 예의인지 알아차리는 거야 신이치에겐 쉬운 일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 한해 당사자조차 모르는 정보를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번만큼은 손을 들어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려야 했다. 거짓말쟁이 어른이 내보이는 호감의 조각이 뿌듯해서였다. 어쩐지 처음 보는 추리소설의 첫 장을 넘기는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형 건 안 챙겨왔어요?”

“근무 중엔 외부 음식에 입 안 대.”

“여기 독 같은 건 없는데.”

“그렇겠지.”

“같이 먹는 게 뭐가 나쁘다고.”

오늘도 가르침을 선사해준 책에서 말하길,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호감을 쌓는데 음식을 먹는 것 만한 게 없단다. 그래서 열심히 공략했다. 드디어 상대가 먹을 것도 챙겨왔다. 그런데 저 쪽은 안 먹는 댄다. 기운 빠질 일이었지만 신이치는 마음 넓게 넘어가주기로 했다.

레몬파이 조각을 손에 들고 앙 물었다. 깔끔하게 먹는다고 먹었으나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신이치는 이 정도야 신전에서도 넘어가 줄 거란 판단 하에 속 편히 파이를 음미하기로 마음먹었다. 후루야가 혀를 찼다.

잠깐, 이 사람 식사예절이 안 맞으면 정 떨어지는 부류는 아니겠지? 아닐 텐데? 먹던 모습 그대로 후루야를 올려다보던 신이치가 파이를 내려놨다. 손에 묻은 조각을 옷에 털어 낸 뒤 손을 내민다. 같이 먹을 거 먹긴 텃네. 이건 시도하지 말아야지. 그 생각과 함께 일단 일을 맡아주겠단 의미였다.

“이미지 장사는 무슨.”

제 심정을 솔직하게 읊은 후루야가 가까이 다가가 신이치의 옷을 털어줬다. 신이치가 내민 손 또한 가만히 닦아주고, 포장된 상자 아래쪽에 가려져 있던 일회용 포크를 쥐어준다.

“엑…”

편애가 심해졌다. 오늘따라 정말, 심해졌다. 얼떨떨하던 신이치가 자신은 어린애가 아니며, 손으로 먹는 건 취향인데다, 당신이 손에 음식을 들고 왔단 소릴 들은 순간 손 씻고 왔었단 구구절절한 이야길 할까 했다. 사랑하게 만들겠다, 꼭 그러겠다 마음먹은 상대가 외려 잘해주니 이상하게 쑥스러웠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뭐야, 결국 정리해 줄 거였잖아요.”

콧잔등을 설핏 찌푸리며 언뜻 개구지게 웃는 신이치를 보며 후루야는 잠시 생각했다.

일단 객관적인 진실 정도는 인정해도 괜찮겠지. 환히 웃는 쿠도 신이치가 귀엽다는 건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할 테니까. 그러니 자신은 그 진실에서 조금 더 냉정하게, 그 얼굴이 조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됐다.

…이미 후루야 레이의 객관성이란 흐려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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